[단상] 오픈소스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

요근래 부쩍 IT 미디어나 기업 내에서 오픈소스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언제쯤 메인 스트림에 포함될까 싶던 리눅스는 이제 더이상 마이너가 아니고,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빅데이터 얘기가 나오면서부터는 너도나도 오픈소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수 많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들 중에 지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대표적인 것들은 트렌드를 반영하는 듯 “하둡”, “오픈스택”, “리눅스” 등일 것이다. 몇몇 대기업들은 오픈소스를 성공적으로 도입해서 비즈니스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아직 대다수의 기업들은 “안정성”, “기술지원”, “사례” 등을 들먹이며 도입을 망설인다.

여기저기서 “오픈소스”에 대해 말하고 있고, 오픈소스 도입이 지금의 IT 트렌드를 빠르게 쫓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에도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픈소스 도입의 실패
기업들이 오픈소스 도입을 전혀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도입을 해왔고, 또 지금도 많은 업무에 적용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기업 내부에서 정한, 또는 암묵적인 한계가 있다. 일부 웹 서버와 중요도가 떨어지는 서버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중요도가 높은 서비스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유닉스나 윈도우를 채택하고 있다. 오픈소스의 대표적인 운영체제인 리눅스가 주요 업무에 채택되지 않는 이유들은 앞에서 언급한 “안정성”, “기술지원”, “사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유닉스 서버 수준의 안정성을,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는가와 국내 다른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도입 결정의 요인이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국내에서 해외 사례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사용 중인 리눅스 서버들이 아무런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하더라도 기업 내 다른 서비스들로 확산되지 않는다. 하물며, 장애라도 몇 건 나고난 후라면 더이상의 리눅스 서버 도입은 고려하지 않는다.

리눅스 서버가 확산이 되지 않는 또다른 문제 하나는 역량의 부족이다. 많은 수의 리눅스 서버를 운영하고 있지만, 리눅스를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리눅스 운영을 맡고 있지만, 시스템 관리자에게 할당된 문서 작업 등의 업무가 많기 때문에 실제 작업은 외주 업체에서 수행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기본적인 부분은 시스템 관리자가 처리하겠지만, 큰 작업이라도 하게 되면 외주 업체나 벤더가 테스트 작업부터 실제 적용까지 수행한다. 큰 기업일 수록 이런 사례가 더 많다. 한 명의 시스템 관리자가 관리해야하는 서버의 대수도 많거니와 특정 운영체제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담당하다보니 깊은 수준의 지식보다는 넓고 얕은 지식만 쌓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리눅스 서버는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듯.

IT 시장의 시각: 트렌드, 패러다임의 변화
IT 시장에서 오픈소스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 것일까? 이미 오래 전부터 새로운 기술의 개발 환경과 상용 소프트웨어 벤더들의 기본 개발 및 테스트 환경은 리눅스 서버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 이유로 최신의 기술과 IT 트렌드를 이끄는 여러 솔루션들은 리눅스와 오픈소스 환경에 최적화 되어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플랫폼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리눅스와 오픈소스 기반이 아니면 여러가지 고려사항들 때문에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이미 리눅스와 오픈소스 기반의 컴퓨팅 환경은 대세가 되었고, IT 운영 환경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업에서의 시각: 비용절감
하지만, 그 IT 시장의 일원으로 있는 기업들의 시각은 조금 다른 듯 하다. 기업의 임원들은 오픈소스 도입에 대해 검토하라 지시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오픈소스 도입 검토에는 도입해야할 것이 정확히 “어떤” 오픈소스인지 또 어떤 분야인지에 대한 방향은 없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의 경우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위해 오픈소스 도입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그 빅데이터 플랫폼의 활용이 모호한 상황이다보니 진전이 없다. 또한 “공짜”의 인식이 머리 속 깊이 자리잡고 있다보니, “오픈소스를 활용한 비용절감 방안”과 같은 제목의 문서가 만들어진다. 리눅스 서버를 도입하면 무조건 비용이 절감되고, 오픈소스는 그냥 갖다 쓰면 되고…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비용이 절감되어야 하지만, “안정성은 우수”해야하고, “기술 지원은 상용 유닉스 수준”이어야 하고… 게다가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 관리자들은 여전히 외주 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오픈소스: 역량의 내재화와 기술 선도의 기회
오픈소스는 “비용절감”의 방안으로 도입하려 한다면 많은 부분에서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리눅스에 대한 안정성이 예전에 비해 굉장히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다 생각한다.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많은 결과물들도 그러하다. 이들에 대한 기술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 업체들도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나고 기술력도 높아진 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대형 글로벌 벤더들이 수행하고 있는 기술지원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렇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픈소스 도입을 “비용절감”에만 초점을 맞추고 바라본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오픈소스를 도입해서 내부 기술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의 기술을 선도한다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 “비용절감”이라는 “효과”일 것이다.

리눅스를 비롯하여 도입 및 검토하는 여러 오픈소스들에 대한 개발, 구축, 운영과 지원에 대한 역량을 내부에서 어느 정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한다. 물론 처음 도입하는 시점에서는 모든 부분에 대한 역량 확보가 어려운 일일테지만, 도입 검토 시점에서 역량 강화 및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다뤄서 오픈소스 기반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쌓이는 Know-how를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개선해나가다 보면 해당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리드해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다.

오픈소스를 도입해 사용한다는 것은 기업으로 하여금 최고의 IT 기술력을 확보하고 IT 시장을 선도할 기회를 가진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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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to [단상] 오픈소스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

  1. younghunchung says:

    Jerry 박재화 수석님 의견과 같이 오픈소스를 비용절감을 목표로만 해서 도입하는 경우 그 누구도 winner 가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OSS는 그 가치체계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제자리를 잡아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고, 그런 positioning 을 위해 다른 주체가 아닌 우리 엔지니어들이 좀 더 노력을 해야겠다는 사명감까지 드는군요.

    • jerryp says:

      그런 측면에서 보면, 아직 갈 길이 정말 멀다는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워낙 변화가 빠르니 금새 좋아질 지도 모르는 일이죠. 🙂

  2. Ho Sung YI says:

    정수석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오픈소스는 솔루션 형태로 도입해서는 얻어낼게 아무것도 없다고 봅니다..오픈소스를 통해서 원천기술을 확보해야만 수반되어지는 솔루션 도입 비용이나 유지보수 비용을 Saving 할수 있지, 오픈소스 자체 도입으로 인해 비용 절감 효과를 노렸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수 있는 모순을 가지고 있죠….오픈소스를 도입하기 위한 내부 조직에 대한 준비와 투자가 먼저 인듯 합니다.

    • jerryp says:

      오픈소스를 도입했다고 하면, 그걸 잘 구축해서 쓰는 것도 있을테고, 테스트 결과를 공유하거나, 버그 리포트를 하는 등의 활동서부터 프로젝트 개선 활동까지 참여하는 것이 선순환을 이루는 좋은 방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3. DarkLight says:

    박수석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직 식견이 없어서 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오픈소스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이유가 아직은 오픈소스가 불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일까요?
    사실 전 오픈소스가 문제가 아니라 IT도 아직 불편합니다^^;

    • jerryp says:

      저도 늘 IT는 불편합니다. ㅋㅋ
      아직은 오픈소스가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상용 운영체제, 상용 솔루션, 벤더의 지원 등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니까요. 바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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